​작가노트: Sentimographie
Sentiment+graphie (감정,내면+ 기록)이란 뜻의 Sentimographie 연작 (2016- )

    순간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흔적을 남기며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이처럼  길을 내는 행위, 선을 긋는 행위가 내 회화작업의 수단이며 목적이다.

 파도를 타듯 몸의 리듬을 느끼며 화폭 위에 선을 긋는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삶의 파도 위에 균형을 잡으며 묵묵히 나아가고 싶은 나의 바람과 의지가 담겨 있다.  

태극문양처럼 이등분된 구불구불한 선은 세상에 대한 이분법적 인식과 동시에 이를 하나로 인지하는 동아시아의 음양 사상을 대표한다.

  반복된 선 긋기의 연작은  종종 신체적, 심리적인 인내심, 지루함, 고단함을 유발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맞이하듯 스스로 자처한 반복 행위를 묵묵히 이어나간다. 계획은 했으나 미처 예상하지 못한 빗나감,실수가 가져다 주는  낯선 받아들임, 그 안에 즐거움과 묘미가 있다. 어느덧 화폭을 메우다 보면 내면의 정화 또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화폭위에  반복된 행위는 미세한 시각적 차이들을 만들고 이 차이들은 다시 반복의 원동력이 된다. 반복되지만 항상 같지 않은 선의 탐구는 어느덧 지층처럼 쌓여 시간의 축적과 함께 화폭에 풍경을 드러낸다.

내가 긋는 선들이 만족스러울 때도 있고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있다. 비록 만족스럽지 않은 선들일지라도 최대한 수정하지 않고 그 다음의 선을 통해 보완하려 한다.  (작품이 완성되기 전까지 반복되는 선들이, 혹은 색들이 바로 이전 선의 단점을 상충 시켜 줄 수 있다. 이들이 반복되고 다른 선들과 조화를 이룰 때 예상 너머의 풍경을 가져다준다.

최선이라는 건 상대적이고 기준이 변하기 마련이다. 작품을 대할 때, 그 순간에 최선이고 진심일지라도 (혹은 습관이 되어버려 익숙해져 무뎌질때 )시간과 거리를 두고 다시 보면 미숙하고 아쉬운 느낌을 자주 경험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삶도 작품처럼 수많은 차선 次線(善) 들이 모여 최선 最線(善)이 되는 것이 아닐까?

(2021년 3월)

  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도시 마르세유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내 영감의 근원은 그 일대 자연환경이다. 바닷가 근처에 살며 일상에서 접한 풍경들 석양 무렵의 붉은 하늘, 미스트랄 Mistral 바람과 파란 혹은 핑크색 하늘, 구름, 지중해의 빛과 파도는 내 마음속 깊이, 산란하여 스며들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상 상태와 내 마음이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해본다.

마치 하늘의 구름이 쌓였다 이내 사라지듯, 모습을 드러낸 붓의 궤적들은 나의 내면을 대표하는 표상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망상처럼 때로는 흐리고 비도 오고, 천둥도 치고, 맑기도 한 내면의 기상상태. 나는 마에스트로 maestro처럼 이들을 화폭 위에 조율한다. (2018년 6월) 

리는 삶의 파도에 떠 다닌다. 미래를 계획해도 다가오는 모든 일들을 알 수 없으니,

그저 삶의 파도에 나를 맡겨 묵묵히 나아간다.

이는  스스로를 다독이는 다짐이자 염원이다. 

중첩된 선을 통한 규칙과 불규칙의 만남.

다름과의 조화. 너와 내가 다름을 인지하고 같이 나아갈 때

오는 사회의 풍푸한 음악을 선으로 화폭에 표현하고 있다. 

 

​존재하는 것이 점이고 살아가는 것이 선이면 우리는 모두 점과 선이다. 

존재는 시간과 공간의 관계에서 온다. (2016- 8)